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유성호 /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유성호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 –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읽고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이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오늘 하루를 버티기 위해, 내일을 계획하기 위해, 우리는 죽음을 잠시 서랍 속에 밀어넣는다. 그러나 죽음은 결코 우리를 놓지 않는다. 문득 찾아오고, 예고 없이 덮치며, 때로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스며든다.

유성호 교수의 책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는 이 서랍을 열어젖힌다.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다. 매주 시신을 마주하는 법의학자의 기록이자, 죽음을 통해 삶을 해석하는 철학적인 관찰이다. 그는 단순히 사망 원인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죽음 뒤에 숨겨진 삶의 결, 목소리를 잃은 사람들의 마지막 언어를 읽어낸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하지만 유 교수는 그 침묵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끌어낸다. 상처의 위치, 뼈의 각도, 작은 흔적 하나까지도 그는 놓치지 않는다. 그 단서들은 단지 범죄의 흔적이 아니다. 어떤 이는 고독사로 세상을 떠났고, 어떤 이는 끝내 구조받지 못한 삶이었다. 그 죽음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살아 있음’이 따라붙는다. 남겨진 가족, 친구, 그리고 이 사회.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다. 자살한 10대 소년의 사건. 교수는 그 아이가 남긴 짧은 유서와, 몸에 남은 흔적을 통해 그의 마지막 생각을 헤아린다. 책을 읽으며 나는 문득 나 자신에게 묻게 되었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누군가의 삶에 어떤 의미로 존재하고 있는가?”

책을 덮고 나니 삶이 조금 더 명확해졌다. 

유 교수는 말한다. “죽음을 제대로 바라볼 때, 비로소 삶이 선명해진다.” 우리는 죽음을 미루지만, 사실 죽음을 생각할수록 삶은 깊어진다. 죽음은 두려움이 아니라 성찰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았던 것은 유 교수의 ‘태도’였다. 

그는 시신을 숫자나 사건으로 다루지 않는다. 철저한 전문가로서, 동시에 따뜻한 사람으로서, 죽은 자를 존중한다. 그는 말한다. “죽은 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말이 이렇게 무겁게 다가온 적이 있었을까.

나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을 배웠고, 더 나아가 삶의 방식도 다시 정리하게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아직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나의 말, 나의 행동, 나의 선택들이 언젠가 남겨질지도 모를 ‘마지막 기록’이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와 닮아 있다.” 

아직 숨 쉬고 있다는 것,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기록할 수 있다는 것. 모든 게 기적처럼 느껴지는 저녁이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테지만, 그때까지는 조용히, 그러나 정직하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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